예수님께서 십자가의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며 하셨던

몇 마디 말씀 중에 가장 처참했던 부르짖음을 꼽으라면

바로 이 말씀 아닐까?

“엘리이 엘리이 라마 아잡다니이”

(복음서에 나오는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는 아람어 발음이다.)

이 말씀의 원형을 오늘 시22편의 1절에서 만난다.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십니까?

어찌하여 그리 멀리 계셔서,

살려 달라고 울부짖는 나의 간구를 듣지 아니하십니까?”

심청전 같은 애절한 판소리를 들으면서 느끼던,

가슴을 후비는 그 고통의 느낌을...

이 네 마디 말씀이 전해준다.

“엘리이 엘리이 라마 아잡다니이”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이여,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그렇지만 이 시는 원한에 사무쳐 울부짖는 ‘탄식시’가 아니다.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다윗의 ‘의지시’일 것이다.

다윗은 지금 극한 고통 속에 있다.

“나는 사람도 아닌 벌레요, 사람들의 조롱거리,

백성의 멸시거리일 뿐입니다.”(6절)

“나는 쏟아진 물처럼 퍼져 버렸고 뼈마디가 모두 어그러졌습니다.

나의 마음이 촛물처럼, 창자 속에서 녹아 내렸습니다.(14절)

게다가.. 다윗을 더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고통 받는 자를 향해 쏟아지는 조롱과 비아냥거림이다.

“나를 보는 사람은 누구나 나를 빗대어서 조롱하며,

입술을 비쭉거리고 머리를 흔들면서 비아냥댑니다.

‘그가 주에게 그토록 의지하였다면, 주가 그를 구하여 주겠지.

그가 그토록 주의 마음에 들었다면, 주가 그를 건져 주겠지’ 합니다.”(7-8절)

이 모든 고통을 물리칠 힘이 오직 주님께 있다고,

다윗은 굳게 믿는다. 하나님은,

어떻게 해서든지 고난을 해결해 주실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온 힘을 다해 주님께 부르짖어 기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주님은 나를 모태에서 끌어내신 분,

어머니의 젖을 빨 때부터 나에게 믿음을 주신 분이십니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주께 맡긴 몸, 모태로부터,

나의 하나님은 주님뿐이었습니다. 나를 멀리하지 말아 주십시오.

재난이 가까이 닥쳐왔으나, 나를 도와줄 사람이 없습니다.”(9-11절)

믿음은 이렇게, 초인적인 의지를 가지고 주님께 나아가는 힘이다.

그런 믿음과 의지의 사람에게 하나님은, 구원을 노래할 수 있는 희망을 주신다.

“주님을 경외하는 사람들아, 너희는 그를 찬양하여라.

야곱의 모든 자손아, 그에게 영광을 돌려라.

이스라엘의 모든 자손아, 그를 경외하여라.

그는 고통받는 사람의 고통을 가볍게 여기지 않으신다.

고통받는 사람을 외면하지도 않으신다.

부르짖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응답하여 주신다.”(23-24절)

며칠 후면 성탄절이다.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사랑의 힘으로, 주님은 척박한 죄인들의 땅에 오셨다.

왕궁의 보좌가 아니라 천한 말 밥통에, 그것도 어린 아기로 오셨다.

그래서 메마르고 한 서린 내 품에도 안기신 주님을 바라보며

그만 징징대고 힘을 내자. 온 힘을 다해 부르짖으며 전진하자.

“엘리이 엘리이 라마 아잡다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