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시편 26편의 다윗의 기도를 새번역 전문을 읽어보자.

1 주님, 나를 변호해 주십시오. 나는 올바르게 살아왔습니다. 주님만을 의지하고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2 주님, 나를 샅샅이 살펴보시고, 시험하여 보십시오. 나의 속 깊은 곳과 마음을 달구어 보십시오. 3 나는 주님의 한결같은 사랑을 늘 바라보면서 주님의 진리를 따라서 살았습니다. 4 나는 헛된 것을 좋아하는 자들과 한자리에 앉지 않고, 음흉한 자들과도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5 나는 악인들의 모임에서 그들과 어울리기를 싫어하고, 한자리에 있지도 않았습니다. 6 주님, 내가 손을 씻어 내 무죄함을 드러내며 주님의 제단을 두루 돌면서, 7 감사의 노래를 소리 높여 부르며, 주님께서 나에게 해주신 놀라운 일들을 모두 다 전하겠습니다. 8 주님, 주님께서 계시는 집을 내가 사랑합니다. 주님의 영광이 머무르는 그 곳을 내가 사랑합니다. 9 나의 이 목숨을 죄인의 목숨과 함께 거두지 말아 주십시오. 나의 이 생명을 살인자들의 생명과 함께 거두지 말아 주십시오. 10 그들의 왼손은 음란한 우상을 들고 있고, 그들의 오른손은 뇌물로 가득 차 있습니다. 11 그러나 나는 깨끗하게 살려고 하오니, 이 몸을 구하여 주시고, 은혜를 베풀어 주십시오. 12 주님, 내가 선 자리가 든든하오니, 예배하는 모임에서 주님을 찬양하렵니다.

당신은 어떤 느낌으로 읽었는가? 내가 받은 느낌대로 이 시를 요약하면 이렇다.

“주님, 나는 올바르게 살려고 애썼습니다.

한결같은 주님의 사랑만 바라보며 살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무리들과는 가까이하지 않으려 합니다.

주님이 죄다 아시지 않습니까?

탐욕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시달리면서, 새삼 깨닫습니다.

오염된 세상 한복판에서, 주님만 예배하는 이 신앙이..

이 자리, 이 모임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를..”

다윗은 어떻게 ‘깨끗함’에 대한 바람, ‘순전한 예배’에 대한 소망을 갖게 됐을까?

아마도 권력을 다투는 세속 한 가운데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왼손엔 음란한 우상을 들고, 오른손엔 뇌물을 움켜쥔’ 사람들 속에 살았기에

깨끗함에 대한 갈망이 더 간절해지지 않았을까..

하나님은 다윗이 정결한 신앙으로 당신께 영광돌리길 원하셨다.

그래서 깨끗하라고 권면하는 대신..

‘헛된 것을 좋아하는 자들’의 세상으로 보내셨다.

음흉하고 악한 이들과도 어울려야 하는 ‘세상’을 맡기셨다.

이름 하여 ‘역설적인 간청’을 하신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사전>을 읽다가 에릭슨의 ‘역설적인 간청’을 알게 됐다.

그 전문을 옮겨본다.

『에릭슨은 일곱 살 때 아버지가 송아지 한 마리를 외양간에 들어가게 하려고 애쓰는 것을 보았다. 아버지는 고삐를 힘껏 잡아당기고 있었지만, 송아지는 앞발을 들고 버티면서 들어가기를 거부했다. 어린 에릭슨은 깔깔깔 웃으면서 아버지를 놀렸다. 아버지가 말했다. "어디 네가 한 번 해봐라. 얼마나 잘 하는지 보자." 그러자 에릭슨은 한 가지 묘안을 떠올렸다. 고삐를 잡아당기는 대신에 송아지 뒤에 가서 꼬리를 잡아당기자는 게 그것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에릭슨이 꼬리를 잡아당기자 송아지는 즉시 앞으로 달려 나가 외양간 안으로 들어갔다.

40년후 에릭슨은 환자들이 건강을 회복하도록 이끌기 위해 완곡한 간청의 한 방식인 <에릭슨 최면>과 <역설적인 간청>을 생각해 냈다. 이런 방법의 유용성을 우리는 일상생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아이가 방을 어지럽히면 부모는 아이에게 방을 정돈하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말을 듣지 않기가 십상이다. 그런데 거꾸로 부모가 장난감과 옷가지를 더 꺼내다가 아무데나 던지면서 방안을 더욱 어지럽게 만들면, 보다 못한 아이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빠, 그만해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요. 정리 정돈을 해야 돼요."

반대 방향으로 잡아당기는 것이 때로는 옳은 방향으로 잡아당기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그것이 의식의 분발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인류의 역사를 보더라도 역설적인 간청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끊임없이 사용되어 왔다. 인류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고 수백만 명의 목숨을 잃은 뒤에야 국제 연맹과 국제 연합을 생각해 냈고, 독재자들의 폭력을 겪고 나서야 인권선언을 만들어 냈다. 또, 체르노빌 사태를 겪고 난 뒤에야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원자로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깨닫게 되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상상력사전>, 300쪽)

마침 이 글을 쓰는 오늘은 총선을 하루 앞둔 날이다.

이 나라의 ‘선량’이 돼보겠다고 많은 이들이 나섰다.

이들 중 기독교 신앙을 가졌다는 이들이 많은 줄 안다.

언제부턴지 ‘그리스도’를 표방하는 당마저 생겼으니.. (그 당의 ‘당수’는 그럼 예수인가?)

그들 중 다윗처럼 기도하는 이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하나님의 ‘역설의 간청’을 깨달은 이들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진심으로, 간절히!

그동안 우린 권력을 탐하여 신앙을 내세우고, 당을 짓고,

교회와 성도들을 이용하는 이들을 무수히 보아왔다.

그래서인지.. ‘정치인’, 특히 스스로 기독교도라고 말하는 정치인들에 대해

나부터도 그다지 좋은 느낌을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인지..

“...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주님이 가르쳐 주신대로 기도할 때마다

그들이 ‘벼락’ 맞는 상상을 한다는 이들도 보았다.

그러나..

독재자도 겪어보고, 사기꾼도 겪어보고, 싸움꾼도 겪어보고, 바보도 겪어보았기에..

다 싫다고 저주하거나 조롱하는 게 주님의 뜻은 아닐 것이다.

그건,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꼬리를 당기신다고..

그냥 주저앉아 뭉개는 소밖에 아무 것도 아니니까.

누군가는 ‘진짜 벼락 맞기 전에 나부터라도 다윗의 길로 가야겠다’ 면서..

십자가의 정치를 위해 정직한 한 표를 읍소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는 정결한 믿음, 소망, 사랑으로 하나님을 예배하는 모임으로,

그들을 품고, 정치를 위로하며, 평화의 일꾼으로 키워내야 하지 않을까..

어쨌든 우리 주님은 이 역사의 주인이시니..

내일 선거의 결과가 어떻든지, 당신의 뜻을 이루신 것일 테고..

우린 그 뜻이 온전히 이루어지기까지 찬송하며, 배우며, 기다려야 할 것이다.

어쨌든 당신도 나도 우선 투표는 해야 할 일일 테고..

“그 날이 오면, 유다 땅에서 이런 노래를 부를 것이다. 우리의 성은 견고하다. 주께서 친히 성벽과 방어벽이 되셔서 우리를 구원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