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27편도 다윗의 시이다. 6절까지는 찬양시로 읽을 수 있고, 7절부터는 기도시로 읽어도 좋다. 우선 <표준새번역>으로 6절까지 읽어보자. 1 주님이 나의 빛, 나의 구원이신데, 내가 누구를 두려워하랴? 주님이 내 생명의 피난처이신데, 내가 누구를 무서워하랴? 2 나의 대적자들, 나의 원수들, 저 악한 자들이 나를 잡아먹으려고 다가왔다가, 비틀거리며 넘어졌구나. 3 군대가 나를 치려고 에워싸도, 나는 무섭지 않네. 원수들이 나를 친다 해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하나님만 의지하려네. 4 내가 주께 청한 한 가지 소원, 그 하나만을 얻으려고 애쓸 것이니, 한평생 주의 집에 살면서 주의 자비로우신 모습을 보는 것과, 성전에서 주님과 의논하면서 살아가는 오직 그것뿐이다. 5 재난의 날이 오면, 주의 초막 속에 나를 숨겨 주시고, 주의 장막 은밀한 곳에 나를 감추시며, 반석 위에 나를 올려서 높여 주실 것이니, 6 그 때에 나는 나를 에워싼 저 원수들을 내려다보면서, 머리를 높이 치켜들겠다. 그의 장막에서 환성을 올리며 제물을 바치고, 악기를 가지고 주님을 찬양하겠다. ---------------------------------------------------------------------- 노래는 여유의 산물이다. 이별이나 슬픔을 테마로 삼은 노래일지라도, 그 슬픔과 이별을 반추할만한 여유를 찾았을 때 만들어지고 그런 여유를 찾은 사람이 부르는 것 아닌가? 다윗의 찬양에서도 그런 여유를 느낄 수 있다. 사실 다윗은, ‘대적자들’, ‘원수들’, ‘악한 자들’에게 들러싸여 ‘뜯어 먹히는’ 것 같은 극심한 고난 속에 있다. 상대는 포악한 군대처럼 기세등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윗은 찬송한다. 그런 여유는 어디서 오는 걸까? ‘주님’이다. 주님을 의지하는 믿음이다. 다윗은 주님을 ‘생명의 피난처’로 경험한다. 주님은 뜨거운 광야에서 만나는 ‘초막’의 그늘이며, 적들을 내려다볼 수 있는 반석이며, 원수들이 찾을 수 없는 은밀한 피난처시다. 그러므로 다윗은 “넘어져도 무섭지 않았고”,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찬송과 경배로 하나님만 의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환성”과 “제물”과 “악기”를 동원해서 말이다. 이건 겨우 피난한 자의 여유가 아니라 승리한 자의 여유가 아닌가! 이런 여유가 주님을 예배하는 자에게 주어졌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가? 온전한 예배는 하나님과 함께 고난의 상황을 내려다보도록 관점(觀點)을 바꿔준다. 그래서 하나님은 환란을 당한 다윗에게 “예배하라”고 하셨고, 다윗은 “예배하렵니다” 했던 것이다. ---------------------------------------------------------------------- 7 주님, 내가 주님을 부를 때에, 들어 주십시오. 나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시고, 응답하여 주십시오. 8 주께서 나더러 "내게 와서 예배하여라" 하셨을 때 "주님, 내가 가서 예배하겠습니다" 하고 대답하였으니, 9 주의 얼굴을 숨기지 말아 주십시오. 주의 종에게 노하지 마십시오. 나를 물리치지 말아 주십시오. 나를 버리지 마시고, 포기하지 말아 주십시오. 주님은 나를 구원하신 하나님이십니다. 10 나의 부모는 나를 버려도, 주님은 나를 돌보아 주십니다. --------------------------------------------------------------------- 오래전 별세하신 내 부모님의 묘는 등산을 하는 자세로 찾아가야하는 높은 곳에 있었다. 묘비에는 “나의 힘이신 여호와여 내가 주를 사랑하나이다”(시18:1)라는 다윗의 찬송이 기록되어 있었다. 기도하고 묵상하다가 돌아서면.. 멀리 산 아래로 ‘사람 사는 세상’이 보였다. 방금 전까지 바쁘게 뛰어다니며.. 뭔가 해결해보려고.. 이루어보려고.. 애쓰던 그 곳을 내려다보면서 난 ‘세상이 주지 않는 평안’을 맛보곤 했었다. 관점의 변화가 주는 여유를 경험했었다. 다윗이 알았고, 다윗이 누렸던 여유가 그런 것 아니었을까. 예배는 그런 것이다. 누구에게나 예배는 하나님을 부르고, 응답의 은혜를 받는 거룩한 사귐의 차원이다. 환란은 예배(사귐)로 부르시는 하나님의 초대일 뿐이고... 예배 중에 다윗은 깨닫는다. 진짜 두려워할 것은 고난이 아니며 원수나 적들도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진짜 두려워할 것은 하나님이 사귐을 거절하시거나 포기하시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다윗은 예배 중에 하나님의 자비와 은혜라는 속성을 묵상했고 고백하며 찬양했다. 하나님은 다윗과의 사귐을 회피하거나 거절하시는 분이 아니다. 결코 그런 분이 아니다. 승리자의 평강 같은 여유는 그런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제 다윗의 기도는 두려워 부르짖는 간구가 아니다. 하나님의 자비를 믿고, 은혜를 확신하는 자의 기다림이다. --------------------------------------------------------------------- 11 주님, 주의 길을 나에게 가르쳐 주십시오. 원수들이 지키고 있으니, 나를 안전한 길로 인도하여 주십시오. 12 그들이 거짓으로 증언하며, 폭력을 휘둘러서 나에게 대항해 오니, 나를 원수의 뜻에 내맡기지 마십시오. 13 이 세상에 머무는 내 한 생애에, 내가 주님의 은덕을 입을 것을 나는 믿는다. 14 주님을 기다려라. 강하고 담대하여라. 주님을 기다려라. ---------------------------------------------------------------------- 당신도 이런 여유를 아는가? 당신 앞에 진치고 있는 고난은 생명의 피난처로 가는 문일 뿐이란 것을 아는가? 그렇다면, 성경의 예언자들은 권면대로, 환난 중에 오직 주님을 앙망하자. 도망치지 말고 그 문을 열고 들어가, 오직 하나님을 찬송하며 예배하는 게 당신의 능력이라는 것을 확인하자. “비록 젊은이들이 피곤하여 지치고, 장정들이 맥없이 비틀거려도, 오직 주를 소망으로 삼는 사람은 새 힘을 얻으리니, 독수리가 날개를 치며 솟아오르듯 올라갈 것이요, 뛰어도 지치지 않으며, 걸어도 피곤하지 않을 것이다.”(사40:30-31) “그러므로 우리는 담대하게 은혜의 보좌로 나아갑시다. 그래서 우리는 자비를 받고, 은혜를 입어서, 제때에 주시는 도움을 받도록 합시다.”(히4:16) 그리고 이제.. 주님이 주시는 은혜를 노래하자. 세상이 알지 못할 평안을 누리며.. (성찬경 시인의 “은총을 내려주시는구나”의 도움을 받자.) 은총을 내려 주시는구나 / 야속하다 싶을 만큼 묘하게 / 표 안 나게 내려 주시는구나 / 슬쩍 떠보시고 얼마 있다가 / 이슬을 주실 때도 있고 / 만나를 주실 때도 있고 / 밤중에 / 한밤중에 / 잠 못 이루게 한 다음 / 귀한 구절 하나를 한 가닥 빛처럼 / 내려 보내주실 때도 있다 / 무주건 무조건 애걸했더니 / 이 불쌍한 꼴이 눈에 띄신 모양이다 / 얻어맞아도 얻어맞아도 / 그저 고맙다는 시늉만을 했더니 말이다 / 시늉이건 참이건 / 느긋하게건 절대절명에서건 / 즉시 속속들이 다 아신다 다 아신다 / 그러니 오히려 안심이다 / 벌거벗고 빌면 그만이다 / 은총을 내려주시는구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