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나와 다투는 자와 다투시고, 나와 싸우는 자와 싸워 주십시오. 큰 방패와 작은 방패를 잡으시고, 일어나 나를 도와주십시오. 큰 창과 작은 창을 뽑으셔서 나를 추격하는 자들을 막아 주시고, 나에게는 "내가 너를 구원하겠다" 하고 다짐하여 주십시오.”(1-2)

하나님이 나와 다투는 자와 다투시고, 나와 싸우는 자와 싸우신다면 얼마나 든든할까. 더군다나 그 상대가 나를 무고하게 괴롭히는 자라면... 생각만 해도 가슴에서 어떤 덩어리 하나가 쑥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그래서 다윗은 억울하고 어려울 때마다 공의의 하나님께 호소했을 것이다.

"나의 하나님, 나의 주님, 떨치고 일어나셔서, 나를 판결하여 주십시오. 나를 변호하여 주십시오. 주님, 나의 하나님, 주의 공의로 나를 판단하여 주십시오. 그들이 나를 이겼다고 하면서 기뻐하지 못하게 해주십시오. 그들이 마음속으로 "하하, 우리의 소원이 이루어졌구나" 하고 고소해하지 못하게 해주십시오. "드디어 우리가 그를 삼켜 버렸지" 하고 말하지도 못하게 해주십시오."(23-25)  

하나님은 억울하게 고난 받는 자들의 탄원을 들으시는 분이다. 그러므로 주님을 아는 모든 이들에게 찬양과 경배를 받으시기에 합당하신 공의의 주님이시며, 자비의 아버지시다.

“그 때에 내 영혼이 주 안에서 기뻐하며, 주의 승리를 크게 즐거워할 것이다. 내 모든 뼈들도 "주님, 주님과 같은 분이 누굽니까? 주님은 약한 사람을 강한 자에게서 건지시며, 가난한 사람과 억압을 받는 사람을 약탈하는 자들에게서 건지십니다" 하고 찬양할 것이다.”(9-10)

“나의 불행을 기뻐하는 저 사람들은, 다 함께 수치를 당하고 창피를 당하고 말 것이다. 나를 보고서 우쭐대는 저 사람들은, 수치와 창피를 당할 것이다. 그러나 내 무죄를 기뻐하는 자들은 즐거이 노래하면서 기뻐할 것이다. 그들은 쉬지 않고, "주님은 위대하시다. 그분을 섬기는 사람에게 기꺼이 평화를 주시는 분이시다" 하고 말할 것이다. 내 혀로 주님의 의를 선포하겠습니다. 온종일 주님을 찬양하겠습니다.”(26-28)  

그런데 오늘 다윗의 기도가 우리에게 또 다른 면에서 도전이 된다. 다윗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공정한 심판을 위해 탄원하면서도... 대적자들이 병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금식까지 하면서 기도했다고 하지 않는가!

“그들이 병들었을 때에, 나는 굵은 베 옷을 걸치고, 금식하며 고행까지 했건만, 내 기도가 응답 없이 되돌아왔을 때에, 친구나 친척에게 하듯이 나는 그들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고, 모친상을 당한 사람처럼 상복을 입고 몸을 굽혀서 애도했건만...”(13-14)

다윗은 대적자이 어려움을 겪을 때 친구와 형제처럼 대했고, 그들이 슬픔을 당할 때 몸을 굽혀 애도의 정을 표했다고도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그것이 바로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긴 신앙인의 모습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원수도 사랑하라하신 예수님의 말씀은, 바로 이렇게 다윗처럼 ‘중보기도적인 삶’을 살라고 하신 뜻이 아닐까?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이 있다. 기도의 결과이다. "내 기도가 내 품으로 돌아왔다."(13,개역성경)는 것이다. "내가 너를 구원하겠다"(3)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은 것은 물론이고... 얼마나 신비로운 하나님의 응답인가!

사순절이다.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는 원수들까지 용서해달라고 기도하셨던 예수님처럼, 이젠 '친구가 아닌 자들'을 위해서도 기도하며 살자. 예배와 섬김으로 중보기도를 하며 살자. 기도가 내 품으로 돌아오는 신비를 믿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