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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생각2] Green Book 프린트   
안성빈  Email [2019-06-20 11:45:32]  HIT : 50  

그린북(Green Book)』                                                                                                            

                                                                                                                                                  안성빈

 

* 이 글은 필자가 "Culture Inside 2019 vol.2"에 기고한 글임을 알립니다.

     

 

올 초에 본 영화, 올해 91회 아카데미 작품상에 빛나는 그린북(Green Book)이 계속 여운으로 남아있다. 60년대 초 미국에서 활동하던 흑인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의 이야기인데 이 당시만 해도 미국에는 인종차별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주인공 셜리가 미국 남부지방으로 연주여행을 가게 되면 화려하게 차려입은 지역 유지와 부유층 백인들이 유명호텔로 모여들어 그의 연주를 사치스럽게 즐겼다. 그런데 정작 연주회의 주인공인 셜리는 연주회가 열리는 호텔의 식당과 화장실을 이용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오늘 연주회의 연주자라고 호텔 직원에게 호소를 해도 호텔이 생긴 이래로 흑인이 호텔식당과 화장실을 이용한 적이 없다는 이유로 셜리는 그 럭셔리한 호텔을 뒤로 하고 밖에 나가 허름한 식당에서 요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셜리가 남부 연주여행을 할 때 늘 들고 다니는 녹색 책이 있었는데 그 책은 남부의 흑인 이용 가능한 숙박시설 목록책이었다. 이게 바로 영화 그린북의 이야기다.

 

여행을 매우 좋아하는 나는 해마다 한 두 번씩은 국내, 해외여행을 즐기곤 하는데 여행을 준비할 때마다 나에게도 그린북이 필요하다. 전동휠체어를 타는 사지마비 장애인인 내가 숙박할 수 있는 환경의 호텔인지 사전에 모든 것을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 호텔 검색사이트를 통해 장애인 편의시설이 되어 있는 장애인객실이 있다는 걸 확인했더라도 실제로 가보면 전동휠체어가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화장실을 만들어 놓고 장애인객실이라고 하는 경우가 꽤 있기 때문에 나는 일일이 호텔들에 전화를 걸어 모든 환경을 살펴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여행지에서 어떻게 이동해야 하는 지를, 어디로 구경을 가야 하는 지를 미리 살펴 놓아야 한다. 전동휠체어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지하철이 없는 곳이라면 장애인 콜택시를 사전에 알아놓고 등록해야 하며 그것도 없으면 휠체어리프트차량을 렌트해야 하고 관광지를 다닐 때도 휠체어로 갈 수 있는 곳인지 검색하고 때로는 전화문의도 해야 하기 때문에 나는 다른 사람들이 여행하는 것보다 많은 시간과 수고가 필요하다.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의 상징이라고 하는 미국에서조차 60년대만 해도 흑인전용 버스와 식당, 가게가 있었다는 것이 쉽게 믿어지지 않는 것처럼 4차 산업혁명시대라고 하는 작금에도 장애인이 편히 이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 교통수단, 관광지의 편의시설 등을 일일이 발품을 팔아 사전에 조사해야 한다면 누가 쉽게 믿겠는가? 아마 많은 비장애인들은 호텔에는 장애인객실이 다 있고 버스, 택시 등도 휠체어로 편히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인공지능, 드론, 우주공학 등으로 최첨단을 걷고 있는 요즘에도 이 사회 전반에서 차별받고 배제되는 장애인이 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것이다. 2019년을 살고 있는 이 사회가 피부색으로 차별하거나 배제시키지 않는 것이 매우 당연하고 상식인 것처럼 이 사회는 우리 장애인들에게도 그러해야 한다. 장애인들이 아무 걱정 없이 호텔을 예약하고 교통수단 걱정 없이 가고 싶은 여행지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아직까지 나는 내가 잘 수 있고 이동 가능한 여행지를 골라야 하지만,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고를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인종차별하는 것을 매우 무식하고 무례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이 사회는 왜 아직까지 여러 모양으로 장애인을 차별하는가. 60년대까지 남아있던 미국 내 인종차별이 2019년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장애인차별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다는 것이 통탄할 일이다.

 

장애인 인식개선은 매우 거창하거나 힘든 일이 절대 아니다. 장애인을 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여기고 배제되지 않도록 모든 제도와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것이 장애인 인식개선이다. 우리 글을 모르는 외국인들을 위하여 영어, 중국어 표지판을 만드는 것처럼 두 다리로 다닐 수 없는 휠체어장애인, 보거나 들을 수 없는 시청각장애인을 생각하며 모든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 장애인 인식개선의 첫걸음인 것이다. 종일 영업을 해도 휠체어 손님은 오지 않고 한 달에 한번 올까 말까한 휠체어손님을 위하여 자신의 가게 앞에 작은 경사로를 만드는 사장님의 작은 행동 하나가 이 사회가 여전히 갖고 있는 그린북을 한장 한장 없애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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