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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손성일-추억 프린트   
heemang  Email [2016-05-04 15:18:24]  HIT : 46  

추억

요즘 나의 고민은 결혼이다. 주위 사람은 집도 있고 시인이란 멋진 직업도 있고 해서 결혼하라고 한다. 장애인도 결혼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혼란스럽고 시간이 지날수록 하면 안 된다. 할 수 없다는 마음의 말이 나를 설득한다. 결혼은 자립보다 더 어렵고 힘들지 않은가. 돈벌이도 없는데 어떻게 가정을 꾸리겠는가. 혼자서 모든 걸 감내할 것이고, 앞으로 있을 수많은 선택의 책임과 고난으로

내가 활동하는 장애인동아리에서 자립생활 훈련으로 동영상 미디어 교육을 했다. 동영상과 자립이 연관성이 있겠느냐마는 무료히 집에서 보내기보다는 친구와 어울리고 색다른 교육을 받음도 유익한 것으로 생각해 참석했다. 
정작 자립을 하는 나로선 일정한 수입과 외로움 덜어줄 누군가다. 언제쯤 직장을 가지며 짝을 만나 결혼을 할까, 그런 평범한 팔자가 내게도 있을까 아직 젊은지라 헛된 건지도 모를 희망을 품고 있다.   
동영상 미디어 교육한다고 했을 땐 처음이고 생소한 분야라서 어려울 것 같아 괜히 교육을 받는다고 한 건 아닌지. 지금이라도 받지 않는다. 말할까 망설이다 항상 접하는 드라마, 극장영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맛보는 것이라 가볍게 생각하기로 했다. 무슨 일이든 처음은 두렵지 않은가. 
평생 직업으로 생각하고 매진하는 시도 처음부터 자신만만하게 시작한 건 아니다. 배울 곳도 가르쳐줄 사람도 없어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무서워 무작정 시집부터 읽었다. 그리고 어렵게 적은 습작 시를 문학 카페에다 올리면 칭찬보다 혹평을 많이 받았다. 관심 없고 좋아하지 않은 시(정말 좋아하는 분야는 기계)를 왜 시작해 모르는 사람에게 좋지 못한 소리를 듣는 걸까. 그만둘까 생각하다 장애를 가진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분야기에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러길 몇 년이 지나 우연히 장애인 문학지 솟대 문학을 알아 습작 시를 보내어 등단했다. 내 작품이 실린 문학지를 받아보는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이젠 내 작품을 좋아하고 감동을 하는 이도 나타나 문학으로 진로로 바꾼 걸 잘했다 생각한다. 이젠 내 작품에 반해서 반쪽이 되어줄 여인이 나타날지 모른다는 희망도 생겼다.
교육 내용은 카메라 사용 설명과 구도 동영상 편집방법 프리미어(편집프로그램)사용법 자기 생각을 영상으로 표현하는 방법 마지막 과제인 자신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내가 가장 어려운 부분은 편집이었지만 보조강사의 도움으로 무리 없이 교육받았다. 하지만 3개월 만에 영상을 마스터 한다는 것은 천재만 가능한 것. 일반학생은 4년을 공부하고도 졸업해 동영상 관련 직장에서 다시 배우지 않는가. 어떤 분야든 평생을 공부해야 하는 건 숙명이다. 종강 3주 전 선생님은 3팀으로 나누었고 찍을 내용을 적어오라고 했다. 2팀은 다른 이와 협력해 적었지만 난 찍을 내용을 혼자 적었다. 내용은 외로운 내가 데이트를 상상한다는 것이고 상대는 여자 보조강사였다. 처음 장면은 어두운 방에서 우두커니 밤하늘 바라보다 갑자기 밀려든 외로움 달래려 데이트하는 상상에 잠기지만, 꼬르륵 배 알람시계에 외로운 현실로 돌아오는 슬프지만, 현실적인 내용이다. 그래도 평생 못 해 볼 것 같은 데이트를 해 보지 않았는가. 살아오면서 몇 안 되는 행복한 추억 하나 생겼다. 마지막 날 찍은 내용을 시사회 했다. 외로움, 그리움 슬픈 내용이었고 눈물 흘리는 이도 있었다. 이렇듯 한국에서 사는 장애인은 외로움과 그리움이란 무거운 업을 짊어지고 산다.
어느 시가 생각난다. ‘바다의 섬만이 섬이 아니다. 외로운 사람도 섬이다.’
그렇지만 섬도 물고기. 파도, 해님, 밤별. 이란 친구가 있지 않은가. 비록 환경은 어렵지만 주위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며 웃음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2 아름다운 아픔

한 번쯤은 자신의 이상형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흔히들 한눈에 반한다는 느낌, 이글거리는 해가 세상을 달구는 여름. 연인끼리, 가족과 피서를 갔거나 즐거운 여행 계획하는 시간 난 부산의 시청자 미디어센터 정회원 교육을 들으러 갔다. 정회원이 되어야 기자재를 빌리며 여러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운 날 교육을 들으러 올 사람이 몇 안 되리라 생각하고 교육장에 들어갔지만, 할아버지, 고등학생, 대학생, 아저씨, 아줌마 … 30명이 있었고 난 40대 아줌마 옆에 앉았다. 20대 젊은 여자가 아님이 아쉬웠다. 학생은 친구와 같이 들었고 부러웠다. 어릴 적부터 친구가 많지 않아 외로웠던 난 친구와 이야기하며 같이 무언가 하는 사람이 부럽다, 교육내용은 미디어의 역사, 뜻과 종류, 그리고 가장 솔깃하게 들은 시청자참여프로그램에 영상을 잘 만들어 내면 수입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거 잘만 하면 또 하나의 돈벌이가 생기겠다. 시나리오 적어서 영상에 관심 있는 동생과 함께 찍는 생각을 했다. 내 수입은 장애인 연금과 솟대 문학 원고료 가끔 들어오는 문학 상금이 전부다. 내 소망은 문학으로 일정한 수입이 생기는 것이다. 두 시간의 강의가 끝나고 센터를 나왔다. 날이 저물어 조금 선선했으나 걸으니 낮에 저장한 열기를 고스란히 내뿜는 아스팔트 덕에 온몸에 땀이 맺혔다. 걷고 있는 땅이 흙이라면 덜 더웠을 것이다. 난 지하철 에어컨 바람을 쐬러 불편한 걸음 빨리 움직였다. 아무리 빠르게 움직여도 비장애인보다 느린 걸음, 이럴 땐 뛸 수 없는 장애가 원망스럽다.
지하철 출입구에서 플랫폼까지 엘리베이터로 왔다. 요즘은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 설치된 곳이 많아져 장애인의 지하철이용이 매우 편해졌고 게다가 무료니 금상첨화다. 
여름이 나쁜 것만 아니다. 미니스커트 입은 여성의 잘빠진 다리를 마음껏 볼 수 있지 않은가 겨울도 미니스커트를 입기를 개인적으로 바란다. 황홀한 풍경을 감상하며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그녀가 내 옆에 왔다. 남자가 좋아하는 긴 생머리 계란형에 안경을 쓴 지적으로 생겼다. 너무 자극적이지도 멋 내지도 않았지만, 촌티나지도 않았다. 얌전하고 단아한 모습, 지하철이 왔고 그녀 옆자리에 앉으려고 했지만 뻣뻣한 몸 덕에 다른 아주머니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장애만 아니었더라면 재빨리 옆자리에 앉았고 간단한 이야기도 할 수 있을 것인데. 그렇지만 그녀의 바로 앞자리에 앉아 흘끔흘끔 보았고 그러다 눈이 서로 마주쳤다. 그녀는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고 나도 시선을 돌렸다. 시간은 왜 이리도 빨리 지나가는지 1호선으로 환승해야 하는 역에 도착했다. 그녀도 같이 내렸지만 방향이 달라 헤어졌고 조금만 더 보았으면 아쉬움 밀려왔다.
집으로 와서 저녁을 먹는 내내 그녀가 떠올랐다. 밤하늘을 바라보았고 별빛도 없는 그야말로 어둠 그 자체이다. 넌 볼 수 그녀를 그리워한다. 어디선가 소리가 들렀다. 그래 볼 수 없음 그리워하지도 못하지. 때로는 본다는 건 가슴 아픈 일이기도 하지만 그런 아픔을 맞보고 싶은 이도 있다. 난 별 보이지 않는 밤하늘에 검지로 아름다운 아픔인 그녀를 그렸다.                 

3 마음을 연 세상을 비란다.
 
미디어 선생님이 오른쪽 세상 이란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좀처럼 소식을 알리지 않는 분이라 반가운 마음으로 보았고 주제는 오른손잡이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세상서 왼손잡이의 불편함을 알리는 인권 영상이었다. 첫 장면은 가위와 카메라 그리고 지하철 개찰구 카드인식기가 나왔고 모두 오른손잡이만 사용할 수 있어 왼손잡이에겐 불편하다는 여성 진행자의 여는 말로 시작된 영상은 한 왼손잡이 뇌병변 장애인의 사례를 보여주었다. 왼손잡이인 그가 외출 한번 하려면 한숨부터 나온다고 한다. 지하철 개찰구 카드인식기, 엘리베이터의 버튼도 오른쪽에 있어 사용이 어렵다고 했다. 잘 된 사례도 있었다. 부산 센텀 시티역의 엘리베이터는 왼쪽에도 버튼이 있어 휠체어를 오른쪽으로 돌리지 않아도 된다. 그는 말했다. 세상엔 오른손잡이만 있지 않다, 왼손잡이도 있다고. 영상을 보고 세상은 왼손잡이에겐 불편하다는 걸 알았고 무심히 지나간 나의 모습이 부끄럽다. 요즘 장애인 인권영상을 자주 본다. 처음에는 호기심과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보았는데 차츰 빠져들어 보던 걸 다시 보는 폐인이 되기에 이르렀다. rdc차량이 장애인 전용칸이라는 것, 시각장애인이라 해서 모두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회색 점형블록은 저시력 장애인에겐 오히려 장애물이란 것. 휠체어 장애인에겐 엘리베이터 버튼이 높다는 것,…… 예전엔 알지 못한 장애인과 교통약자의 불편함을 알게 되었고 거리의 바르지 않은 시설이 눈에 들어왔다. 부산대역 주위에 회색 점형블록, 신호등이 없는 건널목은 장애인만 불편한 것이 아니라 비장애인도 불편하다. 
사람은 자신의 일이 아니면 다른 이의 고충을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장애인이지만 조금 걷는다는 이유로 휠체어장애인의 불편함을 알지 못했던 나와 같이 말이다. 나도 계단을 오르내리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손잡이 봉만 설치되 있으면 장애를 느끼지 못한다. 그렇듯 편의시설이 있으면 많은 장애인이 편할 것이다. 시력이 나쁘면 안경을 쓴다. 편의시설이 특별한 시설이 아니란 생각을 하길 바라고 자신도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곳곳에 편의시설을 설치해 주길 바란다.   
 
4 인생은 선택이다.

초등학생 적 엄마에게 들은 실제 이야기로 뇌성마비 남성이 비장애인 여성을 좋아해서 고백했으나 남성의 얼굴에 침을 뱉고 떠났다. 세월이 흘려 여성의 아이가 아파서 병원을 찾았는데, 드라마에 있을 법한 상황이 벌어졌다. 의사가 침을 뱉고 떠난 남성이고 더 기막힌 건 아이가 뇌성마비란 것이다. 두 사람 얼마나 놀랍고 기가 막혔는지 이해가 간다. 말이나 제대로 할 수 있었겠는가. 여성은 펑펑 울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릴 적엔 무심히 들었는데 철이 든 지금 뇌성마비 장애인이 의사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엄마가 들은 실제 이야기라고 하니 믿을 수밖에 없다. 여성은 죄책감과 미안함이 같이 왔을 것이다. 뇌성마비 아이는 죄의 벌이라고 믿겠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선택이라고 말하고 싶다. 장애인 남편이나. 장애인 아이나. 염라대왕이 내어준 갈등으로 장애인 아이를 선택한 것일 뿐이다. 말하고 싶다. 여성은 당연히 몰랐을 것이고. 억울할 것이다. 염라대왕이 밉겠지만, 사람이 염라대왕을 이길 수 없으니 업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전생에 큰 죄를 지어 괴로운 선택을 하는 것이리라. 살아보니 만나야 하고 겪어야 할 고난은 반드시 만나고 겪는다는 진리를 알았다. 평생 가도 장애인 한번 만나지 못하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사람은 고난은 피하고 싶어 한다. 여성도 비장애인 남성과 결혼해서 건강한 아이 낳으리라 여겼을 테지만, 염라대왕은 내일의 알 수 없게 했다. 만약 알면 피해갈 것이고 그리되면 죄가 나쁜 것인지 알지 못해 뉘우치지 않아 더 나쁜 죄를 지어 지옥으로 가지 않게 하려는 배려라고 짐작할 뿐이다. 이 배려는 모든 사람이 같다고 믿어 보련다. 그리 본다면 여성이 벌을 받았다고 할 수도 있다. 마음 언짢은 분이 있다면 죄송하고 나의 생각일 뿐이다.
나도 수많은 선택이 있었다. 어릴 적에는 주로 엄마가 내 인생을 선택했고 고분고분 따랐다. 불만이 있었고, 고난을 겪은 적도 있었고, 유익한 것도 있지만 가장 억울한 건 엄마의 선택이 고난으로 다가왔을 때이다. 내가 선택해서 겪는 고난이면 덜 분할 텐데. 엄마는 내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했겠지만, 고난의 기억은 아직도 남아있다. 가장 큰 고난은 비장애인 학교에 다녔을 때이다. 장애인 학교에 다녔으면 고난 겪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어른이 된 지금은 뭐든지 내가 선택한다. 컴퓨터 자격증, 시인이 된 것, 조그만 먹거리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크고 잘한 선택은 자립이다. 내가 자립을 하고자 선언하자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고 미쳤다고까지 했다. 밥이나 제대로 먹을는지. 나쁜 사람의 꼬임에 빠지지나 않을는지. 편한 집 놔두고 왜 고생을 하려는지 수많은 걱정으로 부모님의 마음도 복잡했으며 이 모든 걱정이 오직 나만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 나오는 것이리라. 그런데도 자립을 하려는 이유는 독립적인 생활을 하고 싶고 언젠가 돌아갈 부모님 뒤에 남을 나에게 혼자 살아갈 힘을 길러주려 해서다. 처음엔 염려스러워 일주일에 서너 번 내가 사는 집으로 찾아와 장도 봐 주고 청소도 해주었지만, 아무 문제 없이 사는 것을 본 부모님은 아주 잘살고 있다며 칭찬하고 찾아오는 횟수도 많이 줄었다. 내 선택이 미래엔 불행으로 다가올 수도 있지만. 불행이 무서워 편안함에 안주하기 싫었다.
요즘 나의 고민은 결혼이다. 주위 사람은 집도 있고 시인이란 멋진 직업도 있고 해서 결혼하라고 한다. 장애인도 결혼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혼란스럽고 시간이 지날수록 하면 안 된다. 할 수 없다는 마음의 말이 나를 설득한다. 결혼은 자립보다 더 어렵고 힘들지 않은가. 돈벌이도 없는데 어떻게 가정을 꾸리겠는가. 혼자서 모든 걸 감내할 것이고, 앞으로 있을 수많은 선택의 책임과 고난으로 ​ 

     155. [2015] 서정임-서원
     153. [2015] 신성일-장애의 아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