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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Email [2016-05-02 17:39:08]  HIT : 202  
배려


  1997년, 코스모스가 유난히 슬퍼 보였던 그해 가을, 남편이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신촌 세브란스 재활 병동에 입원 한 적이 있었다. 회식하는 자리에서 처음에는 남편이 술을 마시고 나중에는 술이 남편을 마신 것이다. 그곳 재활 병동에는 교통사고나 수영, 스키를 타다가 전신 마비가 된 젊은 사람들이 주로 많이 있었다. 특히 전신마비가 된 6살 남자 아이를 붙들고 물리치료실에서 괴로워하는 부모의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맞벌이가 필요해서 시골 친정집에 맡겼었는데, 끈이 풀린 셰퍼드가 아이를 물어 전신마비가 되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는 그래도 늘 웃는 모습이었다.
  재활 병동 옆 건물은 그 당시에는 암 병동이었다. 재활병동과 암 병동 사이에 있는 작은 주차장은 한 낮에는 주차된 차량이 많지 않아 점식 식사 후 재활환자들의 쉼터가 되었다. 햇살이 숨은 나무아래에서 교통사고로 휠체어를 탄 지체 1급 장애인 한 청년이 암 병동을 바라보며 자기보다는 차라리 암 환자들이 부럽다고 푸념한다. 전신 마비가 되면 완치된 사례가 지금까지는 없기 때문에 암이 차라리 낫다는 말이다. 암은 치료가 되거나 아니면 죽으면 그만이라는 말인데 그 만큼 그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있었다.

  보통 재활 환자들은 2~3개월 이상 한 병원에 있을 수가 없어서 치료가 더 필요한 남편은 인천재활병원으로 옮겼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어느 날, 재활병동 6층 옥상에서 중도 장애를 입은 사람이 떨어져 자살을 했다는 소식이 병실마다 전해져 웅성거릴 때 복도에서 20대 여성 환자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튀어 나오는 말은 나에게 적지 않은 충격이 되었다.
“어머나! 정말 좋겠다.”
그렇게 태연하게 말하는 것을 보면서 그녀가 느끼는 고통의 무게가 충분히 전해졌기 때문에 지켜보는 사람들도 모두 침묵만 하였다. 그날 6층 옥상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병원 뒤뜰 마당에 원을 그렸듯이 그녀의 말이 내 마음에 사라지지 않고 원을 그리며 지금까지 맴돈다. 그녀는 교통사고로 전신마비가 되어 휠체어에 몸을 맡기고 자살하고 싶어도 혼자 힘으로 불가한 처지였다.
 
  횡단보도에서 휠체어를 타고 길을 건너는 장애인을 본 적이 있는지 물으면, 대부분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것은 늘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이 이웃을 자세히 보지 못 하기 때문이다. 나도 사실 남편이 다치기 전에는 횡단보도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만난 기억이 없다. 아니 만났다고 해도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어쩌면 내가 길을 건너는데 불편하여 앞질러서 가면서 오만한 내 등을 보였을 것이다. 그런 내가 남편이 다치고 병원 생활을 오래 하면서 사고나 질병 등으로 장애인이 된 중도 장애인들을 가까이에서 보게 되었고, 그들을 보는 눈이 예전하고는 많이 달라졌을 뿐이다.

  휠체어를 탄 지체 장애인만 불편한 것은 아니다. 그중에 시각장애인을 예를 들어 말하자면 비장애인들이 그들을 바라보는 에티켓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어쩌다 길에서 시각 장애인이 지팡이를 높이 들고 서있는 것을 보면 그것은 SOS, 즉 도와 달라는 신호이고 그들을 안내 할 때는 내 오른쪽 팔을 내어 주어서 그들이 살며시 잡게 해야 된다. 특히 개들은 색맹이므로 횡단보도 앞에서 비장애인들이 신호를 지켜 주어야 한다. 비장애인들이 길을 건너기 시작하면 안내견이 눈치를 보고 있다가 이제 건너도 되는구나 하고 따라서 건너는 것이다. 그리고 차들도 경적을 울리면 안 된다. 그것은 안내 견이 놀래서 혼돈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들의 안내견이 되기 위하여 많은 훈련을 받는다고 한다. 길에 대한 변화를 배우고 장애물을 피하는 훈련, 특히 자신의 본능을 최대한 죽이는 훈련이 있는데 그래야 사람을 위하여 조용히 헌신 할 수 있다.

  장애인 보조견이라는 표지를 부착한 안내 견을 정당한 이유 없이 출입을 금하지 않게 되어 있다. 그 범위는 전철이나 버스뿐만 아니라 식당 극장 등 공공장소에도 출입할 수 있는 것이다. 장애인 복지 법 제 40조에 의하면 이를 거부한 사람들은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 하게 되어 있으나 이것을 모르는 사람들로 인하여 시각장애인들의 불편함이 이만 저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언젠가 전철에서 복잡한데 개까지 데리고 탔다고 소리를 질렀다는 말도 있었는데 시각장애인의 안내견인지 모르고 했겠지만 시각장애인들에게는 큰 상처가 된다.

  친구와 점심을 하려고 화곡동에 있는 ‘장모님 손맛’이라는 곳에 갔다. 맛있는 집이라는 소문대로 앉을 자리가 없었다. 아쉬워하며 뒤돌아서는데 우리보다 몇 발 먼저 도착하여 자리에 앉은 어르신들이 일어나 우리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다.
“우리는 한가한 사람이니 먼저 먹어요.”
아니라고 급구 사양을 해도 빙그레 웃으며 서둘러 대기실로 나갔다. 이 날 어르신들은 두 가지 배려를 동시에 한 것인데 첫째는 바쁜 사람들을 배려하였고 두 번째는 단골집이라는 그곳 식당 주인장이 잘 되기를 배려한 것이다.

  “드르륵 드르륵”
윈도우 브러시가 부지런히 반원을 그린다. 비가 오는 날, 더구나 병원에 가는 길이라 그런지 인천재활병원에서 자살한 환우가 부럽다고 말했던 휠체어 여성 환우가 스쳐간다.
  누가 암이 걸렸다고 하면 깜짝 놀랄 때도 있었는데 요즘은 주위에서 가깝게 지인 또는 가족에게서 나타나기도 한다. 암수술을 받은 지인, 문병하러 세브란스 병원에 가는 길이다. 위로하고 위로 받으며 살아야 하는 상생하는 마음이 필요한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
  삐잉~ 삐잉~ 삐잉~ “
119 구급차가 급하게 사이렌 소리를 내며 내 차 앞으로 달려간다. 오늘따라 구급차 뒤에 쓰여 있는 글씨가 내 눈에 확 들어 왔다. 당신의 가족 일수도 있습니다.
                        

 

     17. 긍정적인 사람
     15. 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