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페이지
  희망방송로고 너의 행사를 여호와께 맡기라 그리하면 너의 경영하는 것이 이루리라 잠언서 16장 3절
 
칼럼
임수임의 시선
한방에세이
시편여행
IN장애인
세상사는 이야기
이재무의 시 산책
새와 풀꽃 이야기
 
 
 
   
 
세상사는 이야기
 
나무 모형배 만들며 세상을 항해하는 휠체어장애인 서우하 씨 프린트   
희망방송  Email [2016-05-02 17:42:22]  HIT : 60  
실물만큼이나 정교한 나무 모형배를 만들며 자신이 가보지 못한 더 넓은 세상을 향해 상상 속 항해를 해온 초로의 시계공이 있다. 경북 성주에서 시계수리점을 하는 서우하(64) 씨가 그 주인공. 두 다리를 전혀 쓰지 못하는 1급 지체장애인이다.

그는 첫 돌이 지나기 전 고열로 인해 소아마비를 앓았다.
그 당시 장애인들이 그렇듯이 그 또한 집안에서만 생활했다. 집에서 한글을 배웠고, 아홉 살 때 초등학교에 들어갔지만 그마저도 2년을 채우지 못했다.

‘등하교가 어려웠어요. 학교가 꽤 멀었는데 아버지가 자전거 뒷자리에 태우고 가거나 엄마 등에 업혀서 다녔어요. 여름철 농사일이 바쁘니 그마저도 그렇게 할 수가 없었어요. 이제 그만 가라는 말을 듣고는 영문을 몰라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열다섯 살 때까지 집에 틀어박혀 살다가 우연히 고장난 시계를 고치러 읍내에 갔다가 시계점 주인아저씨가 ‘여기서 시계 기술이나 배워보라’는 말 한 마디가 그의 평생 직업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10여 년 노력해 기술을 배우니 못 고칠 시계가 없을 정도가 됐다. 직접 시계방을 연 지도 49년째. 비록 다리를 못 쓰지만, 손으로 하는 일은 뒤처지고 싶지 않아서 끝없이 노력했다.

그는 열여섯 살까지 동네 밖 세상에 나가본 적이 없었다. 바깥세상은 어떻게 생겼을까…. 그 중에서도 바다는 어떻게 생겼는지, 바다에 가면 무슨 냄새가 나는지 너무 궁금했다. 책을 사서 보니 바다 위에 떠 있는 배 그림이 유난히 많았다. 그래서 넓은 바다를 자유롭게 떠다니는 배가 남다르게 다가왔고, 그때부터 혼자 무작정 배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수술용 메스로 두 달 동안 나무를 파내서 선체를 만들었어요. 딱따구리를 생각하면 돼요. 연장 없이도 부리로만 나무를 쪼아 파내잖아요. 눈으로 잘 안 보이는 정교한 부품은 돋보기를 쓰고 만들고요.’

이렇게 만드는 모형 배는 실제 배와 거의 같게 만들어졌다. 일반 키트(플라스틱)를 사용한 배들이 문이나 창, 내부의 가구 등을 흉내만 낸 것이라면 그가 제작한 배들은 사람이 살아도 될 만큼 정교하다.

우선 핀셋으로 문을 열어 선실 속에 들어가 조타핸들을 돌리면 방향키가 움직이고, 모든 창문과 문이 열리고 닫히도록 제작됐으며, 실내의 가구 서랍도 여닫을 수 있다. 가는 실을 꼬아 만든 밧줄을 당기면 돛이 올라간다. 일반 배와 크기만 다를 뿐이다.

‘온몸에 촉각을 세워 만들다보니 손에 마비가 오고, 근육통에 시달립니다. 그래도 이 일을 그만둘 수가 없어요. 모형배를 만들면서 미지의 세계로 갈 수 있다는 상상을 하거든요. 고통스럽지만 재미있습니다.’

항상 비스듬히 엎드린 자세로 몇 시간씩 작업하는 탓에 고관절이 빠지는 일은 부지기수고, 심장이 멈춰 119에 실려 간 적도 있었다. 식사할 때도 엎드려서 먹는다. 그런 탓에 간과 신장이 안 좋고 고혈압과 당뇨도 있지만 모형배 만드는 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배를 다 만들면 그 배를 타고 항해하는 상상을 합니다. 꿈속에서나마 상상의 배를 타고 직접 바다에 갔다 온 느낌입니다. 작은 방안이 세상의 전부였던 저에게 배는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걸 알려줬기에 특별하죠.’

너덧 평 되는 시계점 안은 그가 만든 배가 열다섯 척이나 진열돼 있다. 영국의 항공모함부터 100년 만에 부활한 타이타닉호, 그리고 최근에 만든 우리나라의 세종대왕함과 천안함에 이르기까지. 배를 만들 때만큼은 누구보다 자유로워진다.

‘걸리버 소인국 나라의 배를 만들어준다는 착각에 빠져요. 그들뿐 아니라 내가 직접 타고 다닐 수 있는 안전한 배를 만들기 위해선 긴장을 늦출 수가 없게 되죠. 수개월에 걸쳐 한 작품이 완성되면 그 배의 선장이 된 것 같은 기분, 해보지 않고는 모를 겁니다.’

지금 이 순간도 행복하지만 그에게는 새로운 꿈이 하나 생겼다. 지금까지 만든 배와 달리 실제로 탈 수 있는 배 하나를 만들고 싶다는 것. 그리고 언젠가 그 배를 타고 바다 위를 자유롭게 떠다닐 날을 꿈꾼다.
                        

 

     10. 가이드 러너, 그 아름다운 동행
     8. 어린이에게 손가락 만들어준 3D프린터의 기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