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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미 프린트   
희망방송  Email [2016-05-03 13:31:59]  HIT : 317  

삶의 의미

인턴으로 얼마나 많은 회진을 돌았는지 회수를 셀 수가 없을 정도였지만 마침내 아침 해가 떴습니다.
드디어 일에서 벗어나 잠 한번 푹 잘 수 있는 시간에 된 것입니다. 그때 호출기가 울렸습니다.
 레지던트 선배의 피곤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당첨이야, 대략 90세 정도로 보이는 암환자이라네.”

속으로 온갖 욕지거리를 떠올리면서 병실로 향했습니다. 한 노인이 침대에 조용히 누워있었습니다.
지겨운 내색을 감추지도 않은 채 공식적이고 따분한 질문들을, 대답하려면 하고 말려면 말라는 식으로, 퉁명스럽게 내던졌습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그의 목소리는 크고 뚜렷했으며 대답은 간결하고 명확했습니다.
예의 정형화된 절차에 따라 외국에서 살았거나 일한 경험이 있는 지 물었습니다.

“2차 대전 때 유럽에서 7년 살았네.”

그의 대답에 호기심이 발동하여 당시 군인이었는지 물었습니다.

“아니 검사였지.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을 담당했네.”
“뉘른베르크 재판이요?”

그는 독일의 법률체계를 새롭게 구축하는 작업을 지원하기 위해 유럽에 남아있었다는 설명을 덧붙이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설마, 이건 미친 노인네의 망상일 뿐이겠지.’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에 호출기가 두 번 울렸기 때문에 서둘러 문진을 마치고 달려가 퇴근부에 서명을 하고 호출기를 넘겨주었습니다.

드디어 공식적인 자유 시간에 되어 병원을 나섰지만 이상하게도 발걸음이 가볍지가 않았습니다.
아까 그 노인과 그의 목소리와 그 눈빛이 떠올라서 자신도 모르게 근처의 공중전화로 가서 법률사를 공부하고 있는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그 노인의 이름이 책에 등장하는 지 물었습니다.
“어디 보자,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기소를 지휘했던 검사들 중 한 명이라고 여기 나오네!”라는 대답을 듣고 갑자기 스스로가 부끄럽고 보잘것없고 하찮은 존재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어떻게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돌아가서 노인의 병실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습니다.

“선생님, 제가 오늘 비번입니다만, 괜찮으시다면 뉘른베르크와 선생님께서 하셨던 일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주시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아까 무례하게 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찬찬히 보았습니다.

“아닐세, 괜찮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차근차근 담담하게 전쟁으로 인해 유럽이 입은 끔찍한 상처와, 사람들이 겪었던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에 대해 들려주었습니다.
대학살의 공장이었던 수용소와, 구역질나게 쌓여 있었던 산더미 같은 시체들과, 선고에 이르기까지의 재판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그러한 역사의 비극과 극악무도한 행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하는 새 법을 만들기 위해 유럽에 남기로 작정했다는 것입니다.
네 시간이 지나도록 나는 얌전한 아이처럼 조용하 앉아 한 마디도 빠뜨리지 않고 귀담아들었습니다.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한 후 악수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다음날도 아침 일찍부터 평소와 같이 바빴습니다.
한 참 후에 간신히 짬을 내어 그 노인을 다시 찾아보았으나 방을 비어 있었습니다. 지난 밤 숨을 거둔 것입니다.


노인을 떠올리자 기쁨이 뒤섞인 아픔이 밀려왔습니다.
 갑자기 내 삶이 더 많은 의미들로 충만해지고, 내 환자들은 더 깊은 의미를 지닌 신비로운 존재로 바뀐 것 같았습니다.
그때부터 혹독한 대기 일정과 엄청난 업무량, 그리고 인턴 생활의 과도한 정신적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내 안의 무엇인가가 달라졌습니다.
일상에 생기를 싹 틔우는 마법 같은 색과 모양과 냄새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한때 귀찮게만 여겼던 백발의 환자들은 인생에 대한 혜안을 지닌 사람들이었습니다.
지금도 때때로 그날 밤의 그 노인을 떠올리곤 합니다.

 
세상에는 60억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들 중에 수백 명은 어떠한 형태로든 우리와 관계를 맺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그 몇 백 명의 사람들도 우리와의 친근한 정도에 따라 아주 친한 가족이나 친구들로부터 그저 알고 지내는 사람들,
 필요에 따라 만나는 사람들, 어쩔 수 없이 만나는 사람들, 귀찮게만 여겨지는 사람들까지 다양합니다.
우리는 그들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사람은 그가 살아온 삶의 모습입니다. 사람은 그가 사랑하고 사랑 받았던 것들의 종합입니다.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사람들의 삶 속에 녹아 있는 정수를 전해 받을 수 있습니다.
그들이 사랑했던 것들과 그들이 중요하게 여겼던 가치관들을 엿볼 수가 있습니다.
그들의 삶이 우리의 삶 이상으로 소중하고 가치가 있는 것이며, 그들 역시 우리만큼 중요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그들로 인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얼마나 좋아지고 있었는지, 우리의 삶이 얼마나 의미 있게 되었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누구든지 그냥 지나치지 마십시오.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귀를 기울여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으십시오.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도록 하십시오. 그들은 모두 대단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삶 속에서,
그들의 사랑 속에서 가치와 의미를 찾으십시오. 그리고 우리의 삶 속에도 더 많은 의미들로 충만하게 하십시오.

우리가 무관심할 만큼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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