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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위질빵 프린트   
현동선 작가  Homepage Email [2016-09-11 18:59:53]  HIT : 85  

 

 

 

 

 

 

 

 

 

 

 

 


사위질빵

 

일요일 오후, 도비산 석천암을 오르는 길에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들꽃향기를 만났다.

꽃의 향기는 자연스럽게 나를 그곳으로 이끌었다.

산 아래에서 골을 타고 오르는 시원한 바람에 실린 그 꽃의 향기는 아주 어렸던 시절 많이 느꼈던 바로 그 향기였다.

바로 분 향기였다.

어머님은 자주 화장을 하지 않으셨지만

내가 초등학교 입학식 때에는 오랫동안 경대 앞에 앉아서 정성들여 화장을 하셨다.

그 때 얼굴에 톡! 톡! 하며 바르시던, 평소 매우 아끼던 화장품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분(粉)’이었다.

곁에 있으면 아주 미세한 가루가 날리곤 하였는데 나는 그때의 향기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지금 그 오래전 향기를 석천암을 오르는 도비산의 작은 계곡에서 느낄 수가 있었다.

 

작은 나무를 감싸고 오르면서 새하얗게 피어난 눈송이 같은 꽃, 바로 ‘사위질빵’이었다.

자동차를 타고 출근을 하면서 길가에 조금씩 피어있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이렇게 무더기로 피어있는 것은 처음 만났다.

그리고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마치 오래 전 초등학교 입학식 때 정성껏 화장을 하던 어머니에게서 느끼던

그 ‘분’의 향기가 이렇게 진하게 나의 후각을 자극할지는 정말 몰랐다.

 

주변에 어지럽게 자라고 있는 환삼덩굴을 헤치며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보다 가깝게 다가가서 향기를 느껴보았다. 정말 너무도 좋았다.

바로 어머니의 향기였고, 성숙한 여인의 향기였다.

그렇게 향기에 취해 있다가 꽃을 탐하는 벌에게 코끝을 쏘일 뻔 했다.

그 벌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것일까?

다만 꿀을 찾아서 왔을 뿐인데 나의 얼굴에서 나오는 뜨거운 열기로 인해 많이도 놀랐을 것이다.

뒤도 안돌아 보고 멀리 날아가는 폼이 보통 놀란 모습이 아니었다.

 

우리 주변에서 자생하는 들꽃들의 이름을 보면 참으로 재미있는 이름들이 많이 있다.

오늘 만난 사위질빵도 사위를 사랑하는 장모의 사랑이 담긴 매우 서민적이고 정겨운 유래가 담겨져 있었다.

옛날부터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이고, 사위 사랑은 장모라고 했다.

물론 이것이 장모의 사위 사랑인지, 딸에 대한 걱정인지는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예전에는 가을이 되어 수확을 하는 바쁜 시기가 되면 농사를 짓는 집안에서는

사위가 처가의 가을 농사일을 도와주는 것이 당연시 되었다.

그런 과정에서 함께 일을 하는 다른 일꾼들과 같이 사위도 지게에다가 볏짐을 지는 나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장모는 사위를 아끼는 마음에서 짐을 조금씩만지라고 하며

이미 지게에 얹어놓은 짚단을 덜어 놓았다고 한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일꾼들은 “옆에 있는 풀의 줄기를 가리키며

이것으로 질빵을 만들어 짐을 지면 볏짐을 조금만 져도 끊어진다.”고 이야기 하였다고 한다.

그 풀이 바로 지금의 ‘사위질빵’인 것이다.

그 정도로 물건을 조금씩만 지도록 해서 힘들지 않도록 하는 장모의 사랑이 배어 있었던 것이다.

장모는 일부러 사위가 지는 지게의 질빵을 ‘사위질빵’이라는 풀의 줄기로 만들어 놓고 무거운 짐을 지게 되면

‘툭’하고 끊어져서 주변 사람들에게 망신을 당하도록 하였다고 한다.

얼른 장인 장모의 곁을 떠나서 자수성가 하라는 깊은 속마음이었다.

겉보리 닷 말이면 처가살이를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처가에서 고생하지 말고 얼른 집을 떠나서 자립을 하라는 장모의 깊은 사랑이 배어 있었던 것이다.

 

이 들꽃의 유래가 어떻든 간에 사위질빵에는 장모의 사위사랑에 대한 깊은 뜻이 담겨져 있으며

사위질빵의 줄기가 높고 길게 뻗어나가기는 하지만 다른 식물의 줄기에 비해서 매우 약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사위질빵은 무더운 여름날인 요즘은 낮은 산과 들에 한창 피어나고 있다.

번식력이 좋아서 척박한 조건의 땅에서도 잘 자라며 주변의 작은 나무를 타고 올라가서 새하얗게 꽃을 피우고 있다.

이 꽃은 특별하게 화사하거나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아 쉽게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는 않는다.

함께 산을 오르던 사진작가도 바로 곁에 피어 있던 이 꽃에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고 그 독특한 향기에도

무덤덤했던 것으로 보아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고 마는 흔한 들꽃에 불과한 것이었다.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사위질빵’은 한의학에서 여위(女委)라고 부른다.

어린 순은 이른 봄에 나물로 먹기도 하지만 독성이 있으니 주의를 해야 한다.

또한 중풍에 걸린 남편을 10년간 간병하던 여인이 이 풀의 뿌리를 술에 담갔다가 끓여서 남편을 먹게 한 후

병세가 좋아졌다는 이야기가 있기는 하나 어디까지나 그것은 전설인 것이다.

요즘 사람들이 모이면 ‘효소’이야기가 한창인데 구전으로 옮겨지는 내용은

임상효과에 대한 구체적인 뒷받침이 없으니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을 해야 할 것이다.

즉, 사람의 건강은 먹는 것으로 보충을 할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운동과 규칙적인 식생활이 그 어떤 보약보다 훌륭하기 때문이다.

 

슬쩍 사위질빵의 줄기를 당겨 보았다. 그러자 ‘툭’하며 쉽게 끊어졌다. 정말 약했다.

만약 줄기가 질겨서 끊어지지 않고 뿌리까지 뽑혔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그것으로 그 풀의 생애는 끝났을 것이다.

줄기가 끊어짐으로 인해 그 아래에서 다른 순이 올라와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을 수 있는 것,

이것이 사위질빵이 오랫동안 번식할 수 있는 새로운 지혜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계곡에서 시원한 바람을 타고 올라오는 사위질빵의 은은한 꽃향기에서 이미 별이 된 어머님을 추억한다는 것이

너무 반가웠다. 그리고 이 들풀에서 사위를 향한 장모의 깊은 사랑이 담겨 있어서 너무 정겨웠다.

 

아직까지는 낮에 한여름과 별 차이가 없이 무더위가 한창이다.

하지만 시간을 내어 주변의 산과 들에서 앞 다투어 피어나는 가을 들꽃을 만나보자.

그리고 새하얀 사위질빵을 만나면 코끝을 가까이 대보자.

작은 들풀에서 어머니의 고고한 향기와 사위를 사랑하는 장모의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미성(2016-09-12 10:56:15)
" 사위질빵 " 들풀의 이름이 참 특이해요 ^^
사위를 향한 장모님의 지혜가 담겨있었네요~^^
 
희망방송(2016-09-12 15:31:07)
들꽃은 화사하지 않아도 감동을 주는 꽃입니다.
저 꽃을 보긴 봤는데 이름은 오늘 알게 되었습니다. 작가님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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