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 단상

간밤에 잘 주무셨습니까? 서울지방에 열대야가 20일 이상 지속되고 있습니다. 다들 편한 잠을 이루기가 매우 힘든 요즘입니다. 그런데 달력을 보니 생뚱맞게 오늘이 입추더라구요. 가을이 시작된다는 절기인데 날씨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군요.

낮에는 숨이 차도록 뜨거운 공기가 팽배하고 여전히 밤에 더워서 잠을 푹 자지 못하고 있는데 입추라는 말이 이렇게 어색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 출근하다 보니 단풍나무가 벌써 옷을 갈아입고 있더라구요.

모두 덥다 덥다.. 하는 사이에 가을은 오고 있었습니다. 쇠가 녹을 것 같이 뜨거운데 무슨 가을이냐.. 하겠지만 아니요,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저는 피부로 느꼈습니다. 여태까지는 잘 몰랐는데 오늘 세수를 하니 얼굴이 땡깁니다. 가을이 오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렇게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계절은 변하고 있습니다. 이런 말 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저도 나이가 들수록 세월이 가는 것이 제일 무섭습니다. 정말 소리도 없이 계절은 변하고 그만큼 세월은 흐릅니다. 세월에 장사 없다는 말이 있지요. 정말 그렇다는 것을 점점 실감하게 됩니다.

더위가 최절정에 이른 지금 가을은 오고 있습니다. 해도 조금 짧아졌습니다. 하기사 하지가 지난 지도 한참 됐으니까요. 더위에 기운 잃지 않도록 다들 조심하시고 조금만 더 힘 내세요. 가을이 오고 있으니까요.